불교상식/교리문답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신중신앙 이란?

관리자 | 2006.06.09 10:51 | 조회 1572
신중 신앙
인도와 중국의 토착신을 불교서 ‘수용’
사진설명: 불법을 옹호하는 선신인 화엄성중의 모습. 화엄경에는 104위의 화엄성중이 등장한다. 사진은 문경 김룡사 신중탱화.

























불교는 흔히들 무신(無神)의 종교라고 한다.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위에서 군림하며 죄를 심판하는 영원불멸한 존재인, 기독교식의 신이 불교에는 없다. 대승불교의 여러 불보살, 즉 극락의 아미타불, 지옥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 명호를 부르기만 해도 온갖 난관에서 구해주는 관세음보살은 얼핏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착각이다. 이들의 능력은 신과 다를바 없을지 모르지만 기독교의 신처럼 배타적 독선적이지 않고 보살에 오르는 과정은 보통의 인간이 하는 것처럼 많은 고난과 수행의 과정을 겪는다. 그렇다면 불교에는 신이 없는가.

불교에도 신이 있다. 이들을 신의 무리라는 뜻으로 신중(神衆)이라고 부른다. 이 신들은 기독교의 여호와 보다는 인간을 닮은 그리스 신과 가깝다. 시기와 질투 탐욕을 부리며 육도윤회하는 중생의 일부다. 자연을 의인화하고 여러 인간적인 특징과 모습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들 대다수는 원래 인도 고유의 신이었다. 이른바 토착신이다. 이 신들이 불교에 흡수돼 제불 보살과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 되었다.

토착신이 불교에 흡수된 것은 불교의 ‘현지화’ 과정 속에서 이뤄졌다. 토착신은 민중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에 불교가 현지화 과정에서 이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인도 중국 한국 등 각 나라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해당 지역의 토착신이 불교에 수용돼 불법의 수호신장이 되어 이들을 모시는 것이 신중신앙이다. 신중신앙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있다. 하나는 여러 토속신들을 모두 불법의 수호신으로 신앙하는 형태이며 둘째는 각각의 신이 토속신과 융화되어 하나의 독립된 신앙으로 분화하는 것이다. 전자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신중신앙이며, 후자는 산신 칠성 용왕 제석 신앙 등이다.

그러면 신앙으로 받드는 신은 모두 얼마일까. 〈화엄경〉에는 모두 104위의 신중이 등장한다. 이들 신중은 화엄법회에 동참하여 불법에 귀의함은 물론 불법의 호지(護持)를 서원함으로 해서 ‘화엄신장’ ‘화엄성중’ ‘호법선신’ ‘옹호성중’이라는 이름의 성중으로 불리우게 되고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하게 된다. 여기에다 중국 도교의 칠성신, 한국의 산신이나 조왕신 등 토속신도 참여하게 된다.


화엄경에는 불법수호하는 ‘선신’


신중신앙을 보통 ‘화엄신중신앙’이라고 하는데 이는 신중신앙의 근거가 〈화엄경〉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화엄경은 석가모니불이 깨달음을 연 자내증(自內證)의 경지를 설하고 있다. 화엄은 진리의 세계가 구석구석에 빛을 발하며 서로 조화롭게 연결되어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연기를 이루면서 이 세계를 아름답게 장엄하고 있는 광경이다. 그 경지에서 볼 때 깨닫지 않은 중생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사람 모든 생명 하나하나가 깨달음 자체이며 깨달음으로 연결되어있다. 따라서 인간이든 우주의 신이든 모두 깨달음에 참여하고 깨달음의 세계를 보호하는 호법신이 될 수있다.

〈법화경〉 서품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많은 보살이 우러르는데 신중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크게 감화받아 불법을 찬탄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의 설법광경을 묘사한 것이 영산회상도인데 우리나라 사찰은 대부분 이 영산회상도를 봉안한다. 영산회상의 수호신으로 신중이 모두 나온다.


화엄경에는 모두 104위의 신중 등장

사천왕.금강역사 되어 산지가람 수호



사진설명: 통도사의 천왕문.
신중은 불법이나 불법을 신앙하는 중생들을 여러 환란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호법신이다. 이는 불보살이 중생을 피안이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과 비교해서 차이가 많다.

신중이 불보살을 모시는 상단과 비교해서 신중단이라고 해서 그 아래나 주변으로 배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생들은 이들 신중들에게도 불보살과 마찬가지로 경배하며 복을 구했다.

신중은 재난을 제거하는 식재(息災), 행복 장수 사업번창을 비는 증익(增益), 악마와 원적을 진압하는 항복(降伏)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경애 또한 이들의 몫이다. 신중은 불탑의 탑신부에 조각되어 사리를 옹호하고, 변상도에 그려져 경전을 보호하며 사찰문에 배치되어 가람을 지킨다.

우리나라에 산지 가람이 형성되면서 입구에서부터 법당에 이르기까지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해탈문 등을 세우는데 신중은 사천왕이나 금강역사가 되어 도량을 보호한다. 또한 신중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러가지 내우외환으로부터 국가의 안녕을 비는 역할을 한다. 즉 진호국가적 차원에서 신중도량을 개설하여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국익을 도모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나 반야로서 국토를 수호하는 인왕으로 섬기기도한다.

신중은 복수의 개념으로 한문으로 부(部)라고 한다. 팔부중(八部衆)은 같은 종으로 이루어진 여덟무리의 집단이란 뜻이다. 예를 들면 신부(紳部)는 신들의 무리, 용부는 용들의 무리다. 이렇게 무리를 이룬 각각의 신들이 무수히 많은데 대체로 천부상(天部像), 무장상(武將像), 용왕상(龍王像)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있다. 천부상으로 제석천 대범천 사천왕 등이 있다. 무장상으로는 사천왕 금강역사 12신장이 있다. 용왕상에는 용 야차 건달바 가루라 긴나라 등 팔부 용왕들이 포함되어있다.


전통 사찰의 전각 구성에도 영향


신중신앙은 중국에 들어가서 칠성 등 중국 도교의 신을 흡수한다. 이러한 형태의 신중신앙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흡수되며 여기에 덧붙혀 산신 등 우리 토착신이 다시 더해진다.

신중신앙은 삼국시대부터 들어왔다. 〈삼국유사〉에 그 모습을 찾을 수있다. 화엄경 〈약찬게〉를 봉송하는 것도 화엄신앙의 대표적인 사례다. 화엄경을 요약한 〈약찬게〉는 중생이 보살행을 통하여 자신의 본래 모습인 부처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정각을 이룬다고 하는 내용이다. 이 약찬게가 화엄성중의 보호를 갈망하는 신앙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삼국유사〉의 화엄행자로 불리는 신라의 의상대사를 보호하는 설화, 후삼국시대 해인사 희랑대사가 화엄신병으로 고려를 창건한 왕건을 도운 설화를 비춰볼 때 삼국시대 신중신앙이 성행했음을 알 수있다. 우리나라에 오대신앙을 불러 일으킨 보천 효명 태자 설화에서도 화엄신중 신앙이 나온다. 보천은 효명태자가 왕위에 오른뒤 보천암을 화장사로 고치고 화엄신중을 염하며 화엄회를 열도록 유언한다. 고려시대 일연스님도 화엄신중을 염했다고 한다.


전설과 민속 결합… 신앙 대중화


고려시대는 마리지천도량, 제석도량, 인왕도량 등 여러 신중 도량이 국가적 차원에서 열렸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개인적 차원에서 재난이나 위험을 막아주고 복을 내리거나 불법과 사원을 보호하는 신이 되었다. 화장실의 측신(厠紳), 부엌의 조왕신, 우물의 정신(井紳), 칠성각의 칠성이나 산신이 모두 신이 되었다. 고려 예종 때 왕이 법왕사의 신중원(神衆院)에 나아가 팔관회를 베풀고 궁궐에 돌아와 백신에게 절하였다고 하는 내용을 미뤄 고려 때는 왕실 차원에서 신중신앙이 성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억불정책에서는 신중신앙이 더 크게 성행했다.

현대 역시 신중신앙은 널리 성행하고 있다. 그 신앙행태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신중의 참의미는 잊혀져 가고 있다. 고명석 교육원 연구과장은 “신중을 통해서 우리가 읽어내야할 점은 신화의 베일을 벗겨내고 그 실존적 의미를 되새겨보는데 있다”고 말했다.



-신중의 모습은…

사진설명: 운문사의 사천왕 석주.
신중의 모습을 표현한 존상(尊像)은 성격의 복잡함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형태도 일정하지 않다.

부드럽고 인자한 얼굴이 있는가 하면, 험악한 모습도 있다. 입은 옷도 가지가지여서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나상(裸形), 불 보살들의 옷과 같은 천의형(天衣形), 무장들이 입는 갑옷형 등으로 구분된다.

인도.중국 거치며 모습 다채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하는 것은 인도 중국을 거치면서 변용을 거쳤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제석천 범천 등은 중국 관리의 복장이나 귀부인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으며, 사천왕이나 12신장이 입은 옷은 거친 중앙아시아를 거쳐오면서 형성된 중국풍 갑옷이다.

형상도 인간에서부터 새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조두인신형, 코끼리 머리에 인간의 모습을 한 상두인신형, 뱀머리의 사두인신형, 말머리의 마두인싱형, 몸전체가 새나 짐승 모양을 한 조수신(鳥獸紳)도 적지않다. 여러개의 팔을 가진 아수라를 비롯 반인반수(伴人半獸)도 있다.


-신중의 종류

사진설명: 완주 송광사의 사천왕상.
사천왕천에 살면서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천왕들과 힘이 강하여 불보살을 호위한다는 금강역 사와 인왕들이 수호신중의 ‘대표급’이다.

이외 악의 화신에서 호국 선신으로 자리잡은 아수라, 인도 신화시대 공상의 새인 금익조로부터 발전한 가루다,

팔부중에 속하지 않지만 노래를 잘하는 반인반수의 가릉빈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잘하는 음악천 긴나라, 음악의 신 건달바, 부처님을 받들고 가람을 수호하는 구렁이 마후라가, 사람을 해치는 귀신의 무리였다가 불법을 수호하게 된 야차, 쉬바의 아들로 태어나 하늘 나라 군대의 용감 무쌍한 장군으로 불교에 들어와 신중탱화의 중심인물 동진보살이 된 위타천 등이 있다.

사천왕.금강 역사 등이 ‘대표급’

약사여래의 권속으로 약사경을 지송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12지신, 반야경을 독송하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16선신, 천수관음과 신도들을 지키는 28부중, 행운과 복덕의 여신 길상천 등도 있다. 언어와 지혜의 여신 변재천, 출산과 유아보호의 신 하리제모도 유명하다.

[알림] 본 자료는 대전 계족산 용화사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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