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순례수행일기
벼랑 끝에 선 고려 태조 왕건을 살린 은신처, 비슬산 은적사

법흥사와 자장면

류진여심 | 2015.09.19 10:53 | 조회 712

법흥사 사경 순례를 다녀 온 다음날 습관처럼 폰을 열고 보니 가을 코스모스가 만발한 단양 휴게소에서의 추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두고 찰라의 미학이라 했던가 사진속의 도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금강경에서 누누히 말했던 그놈의 상에 사로잡힌 나를 발견하고 썩소.     어찌하여 도반들의 얼굴은 다 잘 나왔는데 왜 내 얼굴만 늙어 보이냐구요~~

화창한 초 가을날 강원도 영월 먼 길을 달려 사자산 법흥사 일주문을 들어섰다.

세속의 번뇌로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일주문 양 기둥에 코끼리와 거북형상의 용이 우릴 반긴다.   법흥사 일주문에는 진리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제도하기를 발원하며 사자산문을 일으키라는 큰 뜻이 있단다.

우리 모두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5대 적멸보궁을 참배하는 사경 순례를 시작했겠지만 매 순간 깨어 있기란 어려운 법 재잘대며 길을 걷다보니 적멸보궁 표지석이다.


만대의 진리의 왕이요 세계의 주인

쌍림에서 열반을 보인지 몇 천년이 되었던가

진신사리 여기 모셨으니

널리 중생들로 하여금 쉼없이 예배케하라


그랬다.   여기는 적멸보궁이 있는 곳.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는 보배로운 궁으로 석가의 진신 사리를 모신 전각이 있는 곳.   진신 사리는 곧 부처와 동일체이기에  경건한 예배대상으로 부처님께서 항상 그곳에서 적멸의 법을 법계에 설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곳.   입을 단속하며 조용히 길을 오른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니 수각이 보인다.   도반들과 물 한국자 나눈다.   플라스틱 국자가 늘 그곳에 있느니 생각하면 안된다.  지난 정암사 순례길에 어느 도반이 국자를 많이 갖고 오셔서 수마노탑 가는 길에 보시하는 걸 보았다.   모든 것이 공양이며 정성이다.  그런 공양 덕분에 우리는 청량한 물 한 국자로 목도 축이고 손도 씻는다.   조금 더 올라 서니 금강송으로 둘러싸인 그곳에 적멸보궁이 있다.  

법흥사가 처음 창건 된 것은 신라 선덕여왕때인 7세기 중엽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장율사께서 꿈에도 그리던 문수보살님을 친견키 위해 오대산, 태백산, 설악산, 사자산을 오가며 기도를 하셨는데 그때 당나라에서 가지고 온 사리들의 일부를 기도한 곳 마다 봉안했는데 사자산도 그 중의 하나이며 창건시는 흥녕사라 했는데 불교사에 큰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은 징효 절중스님에 의해 구산 선문중의 하나인 사자산문이 들어서게 되면서란다.   그러나 절이라햐여 어찌 부침이 없었겠는가 불과 물과 바람과 사람의 인연들로 1937년 중창때 그 이름도 흥녕사에서 법흥사로 되었단다.  

적멸보궁에는 부처님 앉아 계심을 상징하는 방석만이 수미단 위에 놓여 있다.   불상 대신 창 너머 자장율사  토굴과 사리탑이 보인다.    순례자인 우리들은 공손히 삼배의 예를 올린다.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자취를 좇아 오늘 이리 먼 길을 돌아 왔습니다.   어여삐 여겨 주세요 애교 섞인 인사를 드린 후 보궁의 주련을 보니 아까 표지석에서 본 글귀가 한문으로 씌여 있다.


만대윤왕삼계주

쌍림시멸기천추

진신사리금유재

보사군생예불휴


이 주련은 지난번 순례때 잠시 들렀던 월정사 적광전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엊그제 다녀 온 금강산 건봉사의 주련이기도 해서 늘 한문에 막혀 읽지 못해 더듬대다 포기해야했던 주련이 아니어서 도반들께 자신있게 이야기 해 주었다.

자장토굴이라 이름한 석분과 진신사리탑 징효스님 부도탑하며 제 2보궁인 약사전이며 약사전 앞에서 보는 구봉대산의 와불과 만다라전을 뒤로 하고 공양을 마치고 사경 봉안.   아 물론 법흥사 직인을 받을 때는 질서가 약간 물러지는게 우리 매력이 아니겠는가. 

 이 길은 5대 적멸보궁 사경  순례길.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친견하는것이기도 하지만 기실 자장 율사의 문수보살의 진신을 뵙고 싶은 간절한 바램 그 구도의 길을 찾아 보는 길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칠곡에서 내리니 아직 환하다.   관광버스를 타고 해 있을 때  집에 돌아 가는 것은 멋적은 일이라는 도반의 의견을 모아 자장면내기 사다리를 탔다.   사다리는 올라 가 봐야 안다.   위에 뭐가 있는 지를...  당첨이다.   2500원짜리 자장면을 자장율사의 구도의 길을 따라 먼 길을 돌고 돌아 집 앞에서 도반들과 한 솥밥의 의미를 나눴다. 

후일에 우리가 늙고 또 늙어 호호할매가 되어 법흥사는 잊어도  사다리를 타서 공짜로 먹은 자장면은 잊지 않을거라고 호언하는 도반들.    길을 찾다  오늘도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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